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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교환학생 Takeaway (1) 오래가는 외국인 친구 사귀기

sayous 2025. 2. 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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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은 고작 6개월에서 길어봤자 1년 정도까지만 지내다 오는 것이지만, 어떤 환경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나는 암스테르담에서 보낸 교환학기를 감히 'life-changing'까진 아니어도 'life-impacting'했던 경험으로 회자한다. 1년도 되지 않았던 짧은 경험이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살아야겠다는 (나름 진지한) 결심을 하게 만들었고 그게 올해 떠나게 될 영국 유학으로 이어졌으니.
 
네덜란드 유학을 포기하고 대신 영국 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아래 글들을 읽으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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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영어를 정말 못 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그리고 한국이라는 좁은 우물이 아닌 더 넓은 세상을 겪어보고 싶다면 교환학생은 웬만하면 놓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기회다.

다만 본인의 성향과 환경에 따라 교환학생에서 무엇을 얼마나 얻어갈 수 있는지는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life-impacting한 모멘텀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환상과 기대에 비해 조금은 차갑고 실망스러운 현실을 직시하는 경험을 하고 올 수도 있다.
 
여하튼 영국 출국을 반 년 정도 앞둔 현재, 네덜란드 교환학생 추억팔이 겸 내가 암스테르담 교환학생을 통해 얻었다고 생각하는 가장 값진 takeaway들을 3편에 걸쳐 시리즈로 서술해 보려고 한다. 얼마 전 여행으로도 다녀온 네덜란드가 너무 그리운 것도 있지만, 네덜란드를 떠나 교환학생 자체가 지금까지도 내 가치관과 인생관에 큰 영향을 준 경험으로 아직까지 cherish되는 이유를 스스로 정리해보고 싶다. 

교환학생을 해보고는 싶은데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지, 가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후회나 어려움은 없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인사이트가 될 수 있기를. 
 
 

(1) Quarantine을 함께 견뎌낸 외국인 친구들과의 현재진행형 우정

 

아무리 영어를 잘 한다 해도 한국에서만 자랐기 때문에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고, 내 인간관계의 바운더리를 넓혀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다는 마음이 교환학생을 결심한 동기 중 하나였다. 
 
교환학생의 환상과 현실의 괴리 중 하나, 외국인 친구 사귀기교환학생을 가면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다르게, 언어부터 인종, 국적, 문화까지 생판 다른 외국인들과 깊은 우정을 쌓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내 대학 동기들 중 교환학생을 갔던 친구들을 보면 가서도 한국인끼리 어울려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 교환학생 커뮤니티에서도 처음에는 다 같이 어울리는 분위기이다가 시간이 흐르면 곧 같은 인종 내지 문화권끼리 따로 몰려다니는 현상이 생긴다. 말이 잘 통하고 문화적 동질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이 현상 자체는 어찌할 수 없다.
 
나는 교환교에서 한국인이 나밖에 없었고 (같이 파견된 한국인 학생도 당연히 없었다) 동네 자체가 암스테르담 외곽의 게토 지역이어서 한국인은 물론이고 동양인도 좀처럼 보기 힘든 환경이었다. 즉 주변에 외국인밖에 없는 환경이었는데, 그랬는데도 외국인 친구 사귀기가 (초반에는) 힘들었다. 언어의 문제는 아니고, 앞서 말한 이 편한 인종/문화권끼리 몰려다니는 현상 때문에. 그리고 먼저 잘 다가가지 않고 공감대가 있어야 친해지는 내 picky한 성정도 한 몫 했다. 

그래서 처음 한 달 정도는 친구도 잘 못 사귀고 좀 외로움을 타면서 지냈지만 다행히 여러 가지 노력(?)과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교환학생이 끝나고 4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도 연락하고 만나고 지내는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 수 있었다. 

 

팬데믹이라는 절망 속 꺾이지 않았던 마음

 

 

먼저 환경적인 요인은 다름아닌 코로나19였다. 교환학생을 했던 2020년 상반기가 딱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대유행하던 시기로, 도시 락다운부터 수업 비대면화 등 혼돈의 카오스가 절정에 달하던 때였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온라인으로 학기를 마쳤고 학기 중반쯤 되자 남아있는 교환학생들은 매우 소수였다.

 

이러한 환경적 특수성 때문에 남은 사람들끼리 어쩔 수 없이(?) 더 끈끈해지고 가까워지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나도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가급적 돌아오라고 권유하셨지만 끝까지 버틴 케이스인데, 이런 전례없는 팬데믹을 타국에서, 그리고 주변에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환경에서 보내다 보니 오히려 자립심도 더 생기고 외국인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도시 전체가 락다운이 되어 버리니 여행은 고사하고 식당이나 술집도 이용이 어렵다 보니 외국인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플랫에 모여 밤새 노가리를 까거나 텅 빈 암스테르담 센트럴 거리를 활보하는 것 뿐이었다. 처음에는 주변국 여행도 가고, 가고 싶었던 클럽에서 음악도 틀어보는 등 계획한 것들이 많았는데 다 물거품이 되자 당연히 절망스러운 기분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답이 없게 불투명하고 특수한 상황이 되어버리자 남은 외국인 학생들끼리 더 마음을 터놓고 의지하게 되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교환학생 이후 3년 뒤 서울에서, 4년 뒤 독일에서 2번에 걸쳐 재회한 Quarantine mate. 서로의 친척 및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고 다같이 친구 먹었다.

 

 

가장 관계를 깊게 쌓았고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튀지니안 친구 G. 현재는 독일에서 지내고 있어, 작년 말에 독일 여행에서도 만났고 내년 즈음엔 런던에 있을 나를 보러 오기로 했다. 바로 옆 플랫이었어서 자주 들락날락하며 친해진 것도 있지만, 그 때 당시에는 불확실성과 불안감 그 자체였던 팬데믹 시기를 같이 이겨냈다는 것이 더 끈끈한 라포 형성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온라인 커넥팅 시대, 데이팅 많이 해보기

 

 

가뜩이나 내향적인 사람이면 타지에서 친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같은 교환학생 동기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친해진 것도 있었지만 나는 나와 더 잘 맞는 성향의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나보고 싶어서 소셜 앱을 많이 이용했다. 범블(Bumble), 바두(Badoo) 같은 소개팅 및 친구 찾기 어플들. 물론 말이 친구 찾기지 사실상 데이팅 앱에 가깝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나는 당시 싱글이었기 때문에 데이팅에도 열려 있었다. 다만 FWB 같이 노골적인 목적의 만남에는 관심이 없었어서 그런 유저들은 필터링했고, 그런 쪽 유저들이 많다는 선입견에 틴더(Tinder)는 아예 사용을 안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데이팅 앱 사용을 통해 이성과의 데이팅 경험 뿐 아니라 동성 친구들도 여럿(까지는 아니고 소수. 현재까지 연락하는 사람들 기준임) 만들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위험하다, 진정성이 떨어진다 등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허나 타지에서, 그리고 주변에 한국인이 아예 없는 환경에서 (내가 일부러 한국인을 안 만나려고 한 것도 있지만) 자연적(?)인 수단으로 만들 수 있는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그리고 이 때는 팬데믹 초창기였기 때문에 외국인 뿐 아니라 더치 현지인들까지 너도나도 온라인 만남 어플을 사용하는 추세가 급 확산되던 때였다. 
 

채팅으로 대뜸 인종차별을 시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대놓고 성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행히 나는 이런 것들에 크게 예민한 편이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대화가 좀 잘 통한다 싶으면 인스타 등으로 맞팔을 해 두고 가볍게 만나보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더치부터 아일랜드, 스리랑카, 인도까지 동양인을 제외하고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을 두루두루 만나볼 수 있었다. 물론 진지하게 연애를 하려는 목적은 아니었고 그냥 이성이든 동성이든 사람을 만나 1:1로 교류하는 게 재밌었다. (실제로 만났을 때 불쾌했던 경험은 없었어서 다행이다.)

 

 

6월 즈음엔 락다운이 많이 풀려서 펍이나 박물관 등 시내를 많이 놀러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데이팅 앱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은,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더치도 많지만 한국에 상상 이상으로 관심이 있고 호감도가 높은 더치들도 꽤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훨씬 수월하기도 하다.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혼자 공부했다는 더치 여자친구를 만났었는데, 이 친구와 밖에서 맥주를 먹던 중에 주변 더치들이 다가와서 자신들도 한국을 좋아한다며 하나 둘씩(?) 가세해 다같이 2차를 가는 등 신기한 경험도 있었다. 

 

운이 좋은 케이스라 온라인 만남 어플로 이런 좋은 경험을 하고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커넥션을 만든 것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타국에서 외롭지 않게 지내고 싶다면 어느 정도는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갔다 해도 학교 내의 커뮤니티가 인간관계의 전부가 아니다. 본인의 comfort zone에서 나와 익숙한 바운더리 밖의 다양한 사람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외국인 친구 만들기가 더 수월한 것 같다. 물론 위험한 사람들은 걸러낼 수 있는 지혜와 안목이 필요하겠지만. 

 

 

 

 

나는 영어를 할 때와 한국말을 할 때의 페르소나가 좀 다르다고 느끼는데, 영어로 대화할 때의 페르소나가 더 사람과 소통하는 것에 있어서 편하다고 느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인보다는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할 때 좀 더 down to earth 하고, 대화의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 좋달까? 그래서 사교성이 매우 부족한 INTP임에도 좋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처럼 파워 내향인인데 유학이나 이민 등 타지살이를 감행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공감과 응원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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