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교환학생 Takeaway 2번째 편. 외국인 친구 사귀기에 관해서 쓴 1편은 아래 링크로 볼 수 있다.
네덜란드 교환학생에서 얻은 것 (1) 오래가는 외국인 친구 사귀기
교환학생은 고작 6개월에서 길어봤자 1년 정도까지만 지내다 오는 것이지만, 어떤 환경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나는 암스테르담에서 보낸 교환학기를
sayous.tistory.com
1편에서는 네덜란드 교환학생을 통해 소수지만 끈끈한 외국인 친구들과의 현재진행형 우정을 얻었던 과정을 다루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네덜란드 교환학생이 학업 및 커리어 측면에서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academic 차원에서의 takeaway를 정리해 보겠다.
네덜란드의 대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연구 중심 대학인 WO, 그리고 실무 중심 대학인 HBO가 있다. WO는 한국의 4년제 대학 비슷한 기관으로 이론적 학업 및 연구 위주의 커리큘럼을 따른다. 반면 HBO는 굳이 비교하자면 전문대? 느낌으로 산학연계 프로젝트, 인턴십 등 취업에 긴밀히 연계된 실무 중심의 교육기관이다.
암스테르담 대학(UvA), 델프트 공대(TU Delft) 등 세계적으로 순위/명성이 높은 네덜란드 대학들은 모두 연구 중심 대학이다. 나는 학벌에 어느 정도는 신경을 쓰는 사람인지라, 한 학기짜리 교환학생이라도 당연히 유명한 WO로 가고 싶었다. 허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의 섭리. 교환대학 1순위, 2순위로 지원했던 UvA와 VU(암스테르담 자유대) 모두 떨어졌고 3순위였던 인홀란드 실무대학(Hogeschool Inholland)로 배정받았다.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대학이나 레이든, 흐로닝언 대학 등 다른 WO 옵션들도 있었지만 나는 수도인 암스테르담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서 암스테르담에 캠퍼스가 있는 대학들에만 지원했다. 교환학생을 지원할 당시엔 학점이 워낙 처참했어서 UvA와 VU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학점도 학점이지만 네덜란드의 연구 중심 대학들은 생각보다 학생(특히 유학생) 선별에 있어서 '깐깐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들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다. 이 부분은 아래 암스테르담 대학 석사 지원 글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으니 참고.
네덜란드 유학을 포기한 이유: 암스테르담 대학 석사 지원기
사실 영국 외에도 네덜란드 석사까지 사이드 트랙으로 준비했었다. 지금이야 KCL 석사 진학이 확정이 났지만,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나는 영국보다는 네덜란드에서 석사를 하고 싶었다. 구체적으
sayous.tistory.com
여하튼 그다지 가고 싶었던 학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암스테르담에서 한 학기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인홀란드 실무대학은 암스테르담 근교 하를렘(Haarlem)에 본교가 있지만 본교에는 내 전공(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연계된 프로그램이 없어서 관련 프로그램이 있는 암스테르담(Diemen) 캠퍼스로 파견되었다. 다른 한국인 학생은 물론이고 동양인 유학생들도 보기 쉽지 않은 작은 로컬 HBO 캠퍼스였다.
솔직히 교환학생은 별도 학위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적도 수치화되지 않고 P/NP로 이수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한 학기 동안 꿀 빨다 오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워크로드가 적지 않았고, 커리큘럼도 전혀 기대하지 않은 것에 비해 상당히 실무적이고 커리어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법한 요소가 있었어서 나름 도움이 되었던 교환학기였다고 평가한다.
산학연계 프로젝트로 글로벌 실무 스펙 쌓기
한 학기 동안 이수한 30 ECTS(유럽식 학점 체계) 중 대부분의 크레딧은 암스테르담 공공기관과의 콜라보로 진행된 산학연계 프로젝트에 할당되었다. Amsteram Inbusiness라는 암스테르담의 외국 기업 투자청(?) 비슷한 공공기관이었는데, 도시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기업의 CSR(사회적 책임) 등등의 공공 PR 관련 키워드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였다.
대충 Amsterdam Inbusiness를 대변해서 암스테르담의 외국 기업들을 어떻게 CSR에 engage시킬 것인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는 프로젝트였다. 5-6명 단위의 팀 프로젝트였고, 실제 Amsterdam Inbusiness 소속 공무원들은 물론 각자의 팀에 배정된 기업(우리 팀의 경우엔 석유 기업 Shell)들과도 미팅을 진행하며 전략 수립 및 발표로 이어졌다.
서너달에 걸쳐 자료조사, 인터뷰 등을 토대로 인사이트를 수집해 팀 레포트를 만들어 대면으로 발표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골자였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것이 말만 거창하지 사실상 별 거 없지만 이벤트(콘퍼런스 기획), 책자 제작,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PR 활동 등 실제 공공/기업 커뮤니케이션 실무와 접점이 많은 내용들을 기획하고 구체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유익했다.
무엇보다 해외 공공기관, 그리고 다국적 기업까지 직접 만나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인사이트를 얻어내는 과정이 외국인 학생의 입장에서 꽤나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내 모교의 커리큘럼은 이렇게 현장 실무에 깊게 연계된 수업이 많지 않아서, 커뮤니케이션을 늘 이론으로만 배우고 접하던 나에게는 실제 필드를 그것도 해외에서 경험해볼 수 있어서 새롭고 좋았다.
졸업 이후 PR/브랜딩 쪽으로 커리어를 세팅할 때도 이 교환학생에서 경험한 프로젝트의 스토리를 강조했고, 취업에 있어서 나름 유용하게 작용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요즘엔 한국에서 상위권 대학을 나와도 실무 관련 경험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는 말이 많은데, 그런 점에서 오히려 이런 네덜란드의 실무 중심 대학은 산학 연계 커리큘럼이 잘 자리잡혀 있다는 점이 일종의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습 중심 커리큘럼 (콘텐츠 제작 연습)
네덜란드 교환학생에 있어서 학업/취업 측면에서 얻은 또다른 장점은 커리큘럼이 상당히 실습(practice) 중심적이었다는 것이다. 내 모교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국내 최상위급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연계된 실무적인 커리의 부재였다. 이에 반해 네덜란드 교환교에서는 실무 중심 대학답게 뉴스레터 제작, 커뮤니케이션 무드보드 제작, 영상 편집, 이벤트 기획까지 다양한 스킬셋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PR/마케팅 분야의 핵심인 콘텐츠 기획/제작 필드에서 많이 쓰이는 툴(Canva, Adobe 등)도 폭넓게 익힐 수 있었고 자료 제작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항상 in-class presentation으로 끝났기 때문에 영어 프레젠테이션 연습도 되었다. 물론 이 정도는 국내 대학에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범위지만 외국 대학(그것도 철저히 현지인/EU 위주인 곳)에서의 그것은 배움과 경험의 깊이부터 난이도까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팀플-oriented: 영어 향상, but 피할 수 없는 팀플의 스트레스
네덜란드 교환학생 동안 들었던 수업의 본질은 팀플이었다. 전술했던 암스테르담 공공기관 및 다국적 기업 연계 프로젝트 외에도 거의 모든 수업 모듈(module)들이 개인이 아닌 팀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개인 단위로 평가되었던 수업 모듈은 딱 하나, 개인 논문(보다는 essay에 가깝지만) 작성 모듈이었다.
거의 모든 수업이 팀플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영어 소통 스킬은 향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었지만 현지 더치 학생들도 있었기 때문에 글로벌한 팀 프로젝트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물론 팀 프로젝트의 비중이 컸던 부분에 대해서는 100%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선 팀플 자체가 기본적으로 남들에 비해 성실한 팀원이 조금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나도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인 수준의 성실함과 기여도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중간점검일 전날이 되어서야 이거 어떻게 할까? 누가 발표하는 게 좋을까? 라고 나오는 것이 다반사였던 급이라 상당한 개인주의자인 나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 부분은 솔직히 팀플이라는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라 생각해서 학교나 프로그램의 결함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네덜란드 실무 중심 대학(HBO) 진학을 생각한다면 팀 프로젝트가 학위 이수 및 성적 취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니 참고할 만한 부분으로 명시하고 싶다. 내가 타고난 motivator 느낌의 리더 재질이라면 팀 프로젝트가 고무적인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나처럼 극 개인주의자라면 네덜란드, 아니 그냥 유럽 특유의 설렁설렁 주의에 더해진 팀플의 나태함의 굴레 속에 본인의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Etud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플 스피킹 만점자의 영어회화 연습용 유튜브 추천 (미국식, 영국식 영어) (2) | 2025.03.05 |
---|---|
네덜란드 교환학생 Takeaway (1) 오래가는 외국인 친구 사귀기 (2) | 2025.02.28 |
런던에서 집 구하기: 영국 쉐어룸/플랫 중개 사이트 모음 (0) | 2025.02.26 |
영국 석사 지원 결과 결산 (UCL, KCL, 퀸메리, 글래스고) (1) | 2025.02.25 |
INTP라서? 그냥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 (2) | 2025.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