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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udes

킹스 칼리지 런던 (KCL) 디파짓 납부하기 - 영국 반이민 비자 정책 근황

킹스 칼리지 런던 (KCL) 석사 오퍼를 받은 지 3주 남짓의 시간이 지났다.

UCL과 KCL 중 어디가 내 미래에 더 도움이 될지 3주에 걸친 심사숙고 끝에 킹스로 최종 진학을 결정했다.

 

 

킹스 칼리지 런던 빅데이터 석사 합격: 유학원 없이 오퍼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디지털인문학 석사과정 오퍼를 받은지 2주 반 정도가 지났다.같이 지원했던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도 컨디셔널 오퍼가 왔다. 킹스 디지털인문학(Digital Humanities) 학부

sayous.tistory.com

 

학교 랭킹과 네임밸류로만 보면 UCL이 킹스보다 위지만, 프로그램으로 봤을 때 UCL의 디지털인문학 전공은 너무 이론적인 색채가 강했고 마케팅 필드로의 수월한 이직을 위해서는 좀 더 실무적인 킹스의 프로그램이 유리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빅데이터'라는 키워드가 내 커리어 리디렉션 니즈를 관통했다. UCL과 똑같은 Digital Humanities 프로그램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킹스를 버릴 수 있었을 텐데, 빅데이터 연계전공이라는 점이 마케팅, CRM 직군에서 더 유용한 타이틀이 될 것 같았다. 

 

물론 UCL의 오퍼가 너무 아까운 마음은 그대로다. KCL은 학교 순위도 조금씩 하락세라.. 그래도 대학 랭킹보다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얻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킹스로 결정을 내렸다.

 

 

킹스의 경우 학위증명서와 성적증명서의 진위성을 검증하는 Qualification Check라는 절차를 거쳐야 언컨디셔널 오퍼로 전환을 해 준다. 서류를 다시 올리고, 동의서에 싸인해 제출하는 과정이 좀 귀찮았지만 그래도 수월하게 언컨으로 오퍼를 전환받았다.

 

영국 대학원은 오퍼 수락 이후 등록금의 일정 금액을 디파짓(deposit)으로 납부해야 한다. 디파짓을 납부해야 오퍼 수락이 실질적으로 확정되어, 정해진 기간 내에 디파짓을 내지 않으면 그 오퍼는 다른 지원자에게로 넘어간다.

 

UCL은 디파짓 납부 기한이 4월까지로 넉넉했는데 킹스는 딱 한 달로 기한을 주었다. 서둘러 다음 캐시카우를 물색해 정원을 채우려는 몸부림인지. 디파짓 금액은 2000파운드, 한화로 오늘 기준 약 360만 원. (파운드는 왜 또 이리 올랐냐?) 나중에 최종 등록금을 납부할 때 당연히 디파짓 금액만큼은 면제된다.

 

 

디파짓 납부는 비자 카드나 마스터카드로 가능한데 나는 비자 카드가 없어 일반 마스터카드로 결제했다.

 

이렇게 큰 금액의 해외 결제를 해 본 적이 없어 몰랐는데, 대부분의 외화 통장 및 카드의 결제 한도가 생각보다 작더라. 국민 트래블카드로 파운드를 미리 환전해 두고 결제하려 했는데 외화머니 충전 한도가 200만 원밖에 안된다. 하는 수 없이 환전 한도가 없고 결제 한도도 높게 설정할 수 있는 토스 외화카드를 발급했다. 

 

일반 국내 마스터카드로 해외 결제를 하면 수수료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니, 해외 결제 수수료가 없는 카드를 미리 마련해 두고 결제 한도도 디파짓 납부에 문제가 없게끔 잘 세팅해 두자. 등록금 전액도 아니고 디파짓 내는 것 때문에 은행에 가기에는 귀찮으니까!

 

 

영국 대학원 디파짓 납부 방식은 학교마다 다른데, 마스터카드 결제는 대부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금액은 학교마다 상이해서.. 등록금 중 퍼센티지로 하는 곳도 있고 킹스처럼 금액을 따로 설정해 두는 경우도 있다. UCL의 경우 전체 등록금의 10% 해서 3300파운드가 디파짓이었다.

 

다만 디파짓이 환불 불가능한 것은 모든 대학 공통이다. 입학 인원을 확정 짓는 보증금 개념이라 환불이 불가하니 신중히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물론 디파짓을 납부 이후 더 좋은 학교에서 오퍼가 왔다거나 개인 사정으로 유학이 어려워졌다거나 하면 그냥 돈 날린 셈 치고 입학을 취소하면 된다. 근데 날리게 되는 그 금액이 결코 적지 않으니 신중히 고민하시길!

 

등록금 납부는 아무래도 큰돈이라 은행에 가서 송금해야 할 것 같은데, 환율이 좀 떨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봐야겠다. 이번에도 환율이 그나마 1700원 대일 때 환전을 해둬서 몇 만 원이라도 덜 낼 수 있었다. 등록금은 단위 자체가 다르니 더더욱 환율이 생명이다...

 

 

양아치스러운 학비에 여러모로 마음이 무겁지만, 여하튼 영국 10위권 내에 드는 명문대에서 원하는 빅데이터 분야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 거액을 투자하는 값어치가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 학위 이수부터 커리어 피벗까지 잘 해내야겠다.

 

추가로 영국 비자 정책 관련 주저리를 좀 해 보겠다. 영국 유학이나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작년부터 영국에서 이민자 수를 줄이기 위해 비자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유학생 및 외국인 취준생들에게 직격타를 날린 비자 규제는 대략 이렇다.

 

  • 유학생 가족 동반 비자 중단 (박사과정만 허용)
  • 보건/의료 종사자 가족 동반 비자 중단
  • Skilled worker (Tier 2) 비자 연봉 기준 대폭 상향 (£26,200 → £38,700)

 

영국 유학 후 현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건 취업비자(Tier 2) 연봉 조건이다. 웬만한 경력자가 아니면 비벼볼 수도 없는 높은 급여 기준 때문에 비자를 스폰해 주는 기업이 더욱 희귀해졌다. 

 

파트너(spouse) 비자 재정증명 요건도 덩달아 상향되었고 취업비자 급여 기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가 상향 예정이라 한다. 가뜩이나 영국 취업 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다. 유학생 및 이민자들은 현지 정착에 있어서 유례없는 난관이 생긴 셈.

 

 

이런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먹혔는지 올해 영국 비자 신청 건수가 작년보다 40%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영국 정부가 처음 이 정책 변화를 발표했을 때 이민자 수를 30만 명 이상 줄이겠다고 했으니 KPI를 아주 훌륭하게 달성한 셈이다.

 

다만 세부 수치를 보면 비자 신청 건수 감소의 대부분이 유학생과 의료계 종사자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래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 (출처: https://www.independent.co.uk/news/uk/home-news/uk-visa-figures-drop-migration-student-worker-b2680278.html) 학생 비자 신청은 29%, 의료계 종사자들의 취업비자 신청은 무려 79%나 전년 대비 감소했다.

 

 

반면 고숙련(Skilled worker) 취업 비자 건수는 감소 폭이 크지 않다. 석사를 마치고 2년(PSW 비자 기간) 이내에 이 비자를 따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의료계 종사자의 가족 동반 비자 제한이 생각보다 큰 파장을 불러온 것 같다. 가족 동반 제한뿐 아니라 의료 종사자에게 비자를 스폰하는 기관/기업도 의료 품질 위원회(CQC)에 별도 등록하는 것을 의무화했는데, 이런 여파로 영국에 오려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 헬스케어 직군이 인력 부족 직군이라고 본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강경 규제를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아무리 이민자를 줄이고 싶어도, 이민자들에 의존해야만 하는 산업 분야가 있는데 장기적으로 이게 자국에 이익이 되는 행보일까. 영국도 이번 통계를 보고 느낀 점이 있을 것이다. 

 

유학생 감소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학생들이 영국 대학들의 얼마나 큰 수입원인데, 지원자가 30% 가까이 감소했다는 건 교육계에 있어서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유학생 가족 동반 비자 제한은 이해가 된다. 그 가족 동반 비자 때문에 특정 국가들에서 얼마나 많은 이민자들이 떼거지로 몰려왔을지 눈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민 자체를 선별적으로 받겠다는 취지에도 공감한다. 그래도 취업비자 연봉 기준이 38700파운드라니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는...

 

 

여하튼 이 잔인하면서도 마냥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비자 정책이 이민 억제 효과를 내고 있으니, 향후 몇 년 간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반이민 추세가 확산되고 있어서, 이민을 꿈꾼다면 그만큼 능력을 잘 쌓아 철저히 준비해야 하겠다.

 

[Tier 4 학생 비자 1년 → PSW 비자 2년 → Tier 2 취업 비자 → 영주권] 이 가장 이상적인 경로인데, 현실의 난관은 예상보다 더 크고 힘겹겠지만 그 또한 헤쳐나갈 수 있는 견고한 내실과 기반을 다져서 가야겠다. 퇴사하고 싶어도 조금만 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