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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udes

외국계 기업의 장단점: 업계 4년차의 외국계 이직에 대한 고찰

유학생활, 해외취업 관련 포스팅을 집중적으로 올리려고 개설한 블로그지만 커리어, 특히 이직 관련해서도 글을 꾸준히 올려보려 한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올린 글이지만, 외국계 기업에 이직해 1년 반 가까이 재직 중인 사람으로서 외국계 취업에 대한 주관적인 고찰을 써보겠다.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한 이유

 
나는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전에는 동종업계 국내 기업에 있다가 갖은 사유로 1년 반을 조금 못 채우고 퇴사, 현 직장으로 이직했다.
 
한국 기업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한 가장 큰 이유는 해외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력 및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해서였다.
 
나는 에이전시에서 근무하기에 담당하는 고객사와 프로젝트에 따라 업무 내용이 많이 달라지는데, 국내가 아닌 해외 고객사, 해외 파트너사와 긴밀하게 진행하는 그런 멀티내셔널한 스콥의 업무를 원했다. 아무래도 그런 글로벌한 업무를 해야 영어능력도 유지되고, 해외취업에 필요한 역량/경험 확보가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전 회사에서도 이러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주로 담당하는 포지션이었다. 거기는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쪽 일만 집중 할당되니 좋았지만, 국내 기업이다 보니 해외 어카운트 수주 자체에 한계가 있었고 나중 가서는 결국 국내 프로젝트들만 남게 되었다. 
 
 

 
 
물론 회사에서 본인이 원하는 일만 할 수는 없지만, 입사 초에 논의되었던 해외 홍보, 글로벌 마케팅 등의 업무가 아닌 국내 스콥에 투입되면서 내 적성/관심에 맞지 않는 업무들에 갈려나가는 경험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단순히 인바운드/아웃바운드의 차이지 업무의 본질은 같지 않느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시장이 다른 나라가 되면 굉장히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우선 언어와 문화 자체가 다르기에 한국 시장과 같은 어프로치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 회사의 조직문화와 근무 방식 등에 있어서도 안 맞는 부분들이 있어 퇴사를 빠르게 결심한 것도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이직 사유는 직무 불합성(?)이었다. 특히 나는 2-3년 내로 한국을 떠나 해외 석사 및 현지 취업 코스를 밟겠다는 의지가 뚜렷했기에 내 역량을 그쪽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다른 환경을 찾아야겠다고 느꼈다. 

 

외국계 기업의 장점 (1) 글로벌한 업무환경, 영어 실무능력 향상

 

현 직장에서 1년 반 가까이 일해온 지금, 나는 외국계 이직이 좋은 초이스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회사가 특정 업계를 대표할 수도 없고 외국계 기업의 보편적인 샘플 케이스로 취급받을 수도 없다. 하나 개인적인 측면에서 느낀 주관적인 장단점들이 뚜렷하고, 비록 업계와 분야는 다르더라도 외국계 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는 참고가 될 만한 고찰이 될지도. 

 

먼저 개인적으로 느낀 외국계 기업의 첫 번째 장점은 글로벌한 업무환경과 영어능력 향상이다. 

업종/부서에 따라 편차가 당연히 존재하지만,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고 난 뒤부터 업무 환경과 스콥이 훨씬 글로벌해졌다고 느꼈다.

현재 담당하는 고객사들이 다국적 기업들이라 미팅/메일 등 소통을 거의 다 영어로 진행하고, (번역이 대부분이지만) 영문 자료 작성도 빈번해 확실히 예전 회사에 비해 글로벌한 업무 접점이 많아 영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전 회사에서는 해외 기업들과 영어로 비즈니스 콜을 할 때 사전에 준비되지 않는 내용을 말할 때는 좀 버벅거리거나 막힐 때가 종종 있었는데, 현 직장에서 영어를 더 집중적으로 많이 쓰면서 의사소통이 훨씬 더 매끄러워진 것 같다. 
 
최근 토플에서 인생 최고점수(119점)가 나온 것도 그렇고, 현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확실히 영어 스피킹 실력이 많이 늘었다. 거의 매주 APAC 고객사 담당자들과 영어로 콘퍼런스 콜을 하고 수시로 다른 나라 지사의 팀원들과 소통을 하니, 비즈니스 영어가 더 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 회사에 외국인 직원들이 있어서 오며 가며 안면을 트고 스몰토크를 하다가 같이 식사를 하게 되는 등의 경험도 있는데, 이 또한 영어 능력 유지/향상 차원에서의 소소한 베네핏인 것 같다. 외국어는 계속 써 버릇해야 퇴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의 장점 (2) 자율성, 개인주의 문화

 
한국 기업에 있다가 외국계 기업으로 오니까 더욱 극명하게 느껴졌던 부분.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근무 문화.
 
물론 회사 by 회사, 부서 by 부서겠지만 일반적으로 해외 기업은 한국 기업에 비해 재택근무, 유연출근제, 자율좌석제 등 자율적인 업무 시스템이 더 활성화되어 있는 편이다. 외국계 기업도 케바케가 어느 정도는 있지만 대체로 이런 업무 자율성이 잘 보장되는 편이다. 

전 회사에도 재택근무 제도가 있었지만 완전히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어느 정도는 눈치를 봐가며 써야 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종식이 되면서 원격근무제를 축소/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길래,, 그때부터 퇴사의 의지가 강해졌던 것 같다.
 
 

퇴근길에 이 광경을 볼 때마다 재택근무제 확산의 필요성을 느낀다.

 
 
여하튼 내 맡은 일만 잘한다면 집에서 일을 하든, 사무실에서 일을 하든 신경 쓰지 않는 자율적인 분위기다.
나처럼 단체생활 싫어하고 간섭받기 싫어하는 체질에는 이런 개인주의적인 환경이 아주 딱이다.
 
회식도 1년에 많아야 두세 번? 참석 강요도 없고 상사 눈치 보느라 늦게까지 남아있을 필요도 없다. (근데 이건 내가 워낙 눈치를 안 보는 성격이라 그런 것도 있다.) 
물론 상사의 스타일에 따라 팀 분위기가 형성되기에 '외국계 기업은 무조건 자율적이고 개인주의적이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담과 일반적인 빅데이터에 기반했을 때는 외국계 기업이 조금 더 자율적인 환경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얘기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외국계 기업은 결국 해외 본사의 지침과 시스템을 따라가게 되는데, 해외 기업에는 이런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훨씬 깊게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일은 각자 알아서, 식사나 휴식도 각자, 팀 빌딩이나 네트워킹은 가끔씩 필요할 때만!
이런 개인주의 덕분에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본인의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고, 불필요한 감정소모나 체력소모도 없어 편하다.
 
물론 내 할 일을 잘 수행한다는 전제 하에 이러한 자율성과 개인주의의 장점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팀원(특히 상사) 잘 만나는 운도 필요하다.
 
 

 
 

외국계 기업의 단점 (1) 복지/대우의 상대적 부진

 
그럼 외국계 기업의 단점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아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걸리는 부분일 수도 있어 단점으로 2가지를 꼽아 보았다. 
 

첫 번째는 직원 복지 및 대우의 상대적 부진이다. '나는 자율적으로 편하게 일하는 것보다 돈을 많이 받고 빵빵한 복지와 대우 속에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외국계보다는 대기업을 가야 한다. 

 

진리의 기업 by 기업, 부서 by 부서가 있지만 주변에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과 외국계 취업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실히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 대기업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 - 높은 업무강도와 잦은 야근, 공동체 생활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보상으로 높은 연봉과 보너스, 각종 복지/혜택을 넉넉히 제공한다. 반면 외국계 기업은?
 
글로벌 본사의 지침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한국 대기업 수준의 복지와 처우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해외에서는 한국과 달리 직원 해고, 구조조정을 아주 자유자재로 밥 먹듯 한다. 직원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직원을 한국처럼 평생 품고 가는 느낌으로 극진히 대우해주지는 않는 그런 느낌이다.
 
 

놀랍게도 회사 공용컵이다.

 

그래서 외국계 기업의 특징이 신입을 잘 안 뽑는다는 점이다. 대기업, 중견기업에서 공채 선발하는 것은 흔해도 외국계 기업에서 공채 공고를 내는 것은 많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외국계 기업은 보통 경력직 위주로 굴러가고, 계약직 고용도 빈번하다. 정규직을 뽑으면 이것저것 추가로 들어가는 품이랑 비용이 생기니 (직원 해고가 어려운 한국 특성상 더더욱) 그런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자세랄까.

개인적으로 외국계 기업 이직에 만족하지만, 때때로 지금 회사의 HR policy나 행보를 보면 정이 떨어질 때도 있다.
revenue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도 해주지 않고, 정규직 전환을 해 줄 때가 됐는데 계속 계약직으로 질질 끌고 간다던지,, (정규직 복지도 변변찮으면서)

국내 대기업이 high-responsibility high-payback 느낌이라면 외국계는 좀 자유롭고 편하게 일하되 대우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느낌이다. 그냥 내가 그다지 좋지 않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생각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그래도 나는 자유로운 업무환경(재택근무, 개인주의 문화)이 금전적 보상을 뛰어넘는 최상의 복지라 생각하기에, perks는 부족하더라도 그냥 자유로운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더 잘 맞는다.
각자의 가치관과 스타일에 맞는 직장을 다니면 된다. 

 

2024 마지막 출근날

 
 

외국계 기업의 단점 (2) 소속감, 애사심 부족

 
앞서 설명한 외국계 기업의 장점인 개인주의적 문화가 다른 관점에서 보면 회사에 대한 소속감 부족이라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한국 기업 특유의 소속감과 단체의식, 애사심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외국계 기업의 '갠플'(밥도 각자 따로 먹고, 친목 토크도 적고 회식도 안 하고 등) 분위기에는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내 부서가 유독 그런 것도 있지만, 정말 업무적으로만 소통하고 업무 외적으로는 잘 간섭하지 않는 분위기다. 
나 같은 사람은 너무 잘 맞고 편하지만, 성향상 잘 맞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끈끈한 팀문화와 인간적인 커넥션을 지향한다면 외국계보다는 국내 기업이 더 잘 맞을 확률이 높다. 
 
이전 회사에서는 퇴사자가 나올 때마다 송별 회식도 하고 롤링페이퍼도 써주는 등 인간적인 관례(?)가 있었는데, 현 직장에서는 깔끔하게 farewell lunch 한 번으로 끝낸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전 회사에서 회사 돈으로 맛있는 것도 더 많이 얻어먹고, 상사와 동료들과의 따뜻한 대화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식사도 팀 런치나 회식 있을 때만 다 같이 하고, 스몰토크도 아주 가벼운 수준으로만 해서.. 
그래도 난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딱 이 정도 선에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지금이 더 좋다. 물론 정답은 없다. 

 
 

 
 
커리어에 있어서 옳고 틀린 것은 없다. 본인에게 잘 맞는 선택과 길이 본인의 정답이다.
각자의 목표와 가치관, 지향점에 적합한 요건과 환경을 가진 곳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 사정으로 이번 주 내내 재택근무인데, 일하기 싫어서 (...) 예전에 올렸던 글을 조금 더 각색해서 발행해 보았다.
영국 석사 마치고 취업까지 잘 성공해서 해외 취업 정보들도 많이 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